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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독극물 - 비소에서 복어독, 보톡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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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이란?

 

독극물, 또는 독은 무엇일까요? 독극물의 과학적 정의는 ‘비교적 적은 양으로 유기체 내에서 기능장애를 일으키게 하는 물질'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비교적 적은 양'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과학적이지 못하고 주관적입니다. 어떤 물질이 독이 되느냐 또는 약이 되느냐는 결국 그 물질을 사용하게 되는 양과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 주위를 잘 살펴보면 많이 섭취할 시 ‘독극물’이 될 법한 물질은 제법 많이 보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소금의 경우 성인 기존 200 g 이상 섭취하게 될 경우 목숨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항암제도 사용양에 따라 독극물이 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암세포는 일반 세포보다 빠르게 분열하는데 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종양세포에 더 민감하게 작용하여 암세포를 제거하는 일종의 세포 독극물입니다. 하지만 항암제를 과량 투여하면 일반 세포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사용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극물은 그 종류에 따라 독성을 나타내는 방식과 메커니즘이 천차만별입니다. 조금 전 설명드린 항암제와 같이 세포를 파괴하는 물질도 있지만 어떤 물질은 체내 효소의 기능을 방해하여 체내 기능을 마비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독극물을 코나 입으로 들이마셔야 독성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피부에 닿기만 해도 독성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독극물의 독성은?

 

그렇다면 독극물의 독성 정도는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요? 일반적으로 물질의 독성은 LD50이라는 수치로 표현합니다. 이는 반수치사량이라고도 불리는 값인데, (주로 실험용 쥐) 특정 생물에 물질을 투여하였을 때 투여한 생물의 절반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양을 의미합니다. 이 수치는 단순히 후유증이나 장애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사망하였는지, 또는 사망하지 않았는지만 고려하는 양이며 특정 화합물의 경우 사람과 동물의 체내 반응이 다를 수 있어 그 의미를 제한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뱀독이나 비소와 같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천연물질을 이용하여 독살에 이용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현대에는 화학을 기반으로 한 합성과 분석기술이 발달하게 장애 또는 사망의 원인이 되는 독소를 찾아재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실제로도 수많은 화학 연구자들에 의해 다양한 독성물질의 정확한 화학구조와 작용메커니즘이 밝혀졌고 이런 물질의 중독에 대한 치료법과 대응 수단이 많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래의 표는 LD50을 통해 알아본 독성 화합물이 순위표입니다. 이들 중 전통적으로 널리 알려진 독극물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았습니다.

 

반수치사량 (LD50)
단위 : /Kg, 쥐
독극물 이름 존재 형식 또는 위치
0.0003 ~ 0.00003 보툴리눔톡신(보톡스) 박테리아
0.001 ~ 0.0001 파상풍 독소 박테리아
0.019 베타-붕가로톡신
0.05 마이토톡신 디노플라겔룸
0.1 리신 아주까리
0.35 시구아톡신 디노플라겔룸
0.45 팔리톡신 산호충
2.0 타이폭신
2.0 바트라코톡신 화살독개구리
10 테트로도톡신 복어
22 2,3,7,8-TCDD 합성물질
230 L-(+)-무스카린 느타리버섯
300 알파-아마니틴 초록달걀파리버섯
300 니코틴 연초
750 스트리크닌 마전
1050 페니트렘 사상균
1700 아플라톡신 B1 사상균
3600 파라티온(E 605) 합성물질
10000 시안화칼륨 아몬드
15100 비소(산화비소) 광물
25000 쿠마린 열대덩굴식물
33200 쿠라레 열대식물
400000 아트로핀 벨라도나

 

비소(As)

 

전통적인 독살용 재료, 비소(As)

 

비소는 오래전부터 독극물로 사용된 고전적인 독성물질입니다. 여기서 비소는 주로 삼산화비소(AsO3)를 의미합니다. 쥐를 통해 밝혀진 비소의 LD50은 약 15.1 mg/Kg으로, 대량 성인의 경우 약 100 mg 가량의 양을 먹게 되면 사망하게 됩니다. 비소의 경우 아무런 맛도 향도 나지 않을 뿐더러 알코올에 잘 녹기 때문에 과거 술에 타서 독살을 기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부검을 통해 비소의 존재를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독극물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특이하게도 치사량보다 훨씬 적은 양의 비소는 백혈병이나 매독의 치료약으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시안화칼륨(청산가리, KCN)

 

치명적인 독극물의 대명사 - 시안화칼륨(청산가리)

 

가장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독극물 중 하나입니다. 청산가리는 칼륨의 시안화물로, 입으로 들어와 위로 흡수되면 위산과 반응하여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는 시안화수소(HCN)으로 변환됩니다. 이온화된 시안(사이안)은 호흡 효소의 3가의 철 이온과 결합하여 복합체를 형성하여 세포의 호흡이 불가능해지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시안화수소의 LD50은 10 mg/Kg으로 성인의 경우 약 100 mg 미만의 양으로도 사망하게 되는 물질입니다. 시안화물은 살구씨나 아몬드에 극소량 포함되어 있는데 어린 아이의 경우 극미량의 시안화물이 포함되어있는 아몬드나 살구씨를 과량 먹게되면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참고로 이런 시안화물은 아몬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비소에 비해서는 조금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

 

복어의 독 - 테트로도톡신

 

복어의 독으로 유명한 독극물입니다. 주로 복어의 간, 생식기와 피부에 포함되어 있습니다.가끔 복어를 잘 다루지 못하는 일반인이 복어요리를 먹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모두 테트로도톡신 중독에 의한 사고입니다. 평균적으로 복어 1마리에 포함되어 있는 테트로도톡신의 양은 성인 33명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양이며 테트로도톡신의 LD50은 10 ug/kg입니다. 만약 이 이상의 양이 체내에 들어가게 되면 거동이 불가능해지고 의식이 없어지게 됩니다. 나중에는 심장박동이 약해지고 자가호흡이 불가능해지는데 이는 테트로도톡신이 신경세포의 나트륨 통로를 차단하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입니다. 다만 치사량의 테트로도톡신을 복용한다 해도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보조하고 수액을 통해 영양을 공급한다면 사망하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리신(Ricin)

 

리신이 함유되어 있는 아주까리(피마자)씨

 

우산 살인사건으로 알려진 1978년의 게오르기 마르코프 암살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맹독성 물질입니다. 이 사건에 사용된 무기는 리신을 채워 넣은 쇠구슬을 우산 끄트머리에 달린 소형 총기로 발사하여 암살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리신은 피마자라고도 불리는 아주까리의 씨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리신의 말단기 중 하나는 세포 표면의 당 분자와 결합하여 세포 안으로 흡수되는 효과를 내며 나머지 하나는 세포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합니다. 리신의 LD50은 0.1 ㎍/Kg으로 매우 낮아 성인의 경우 약 0.5 mg 정도로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만약 어린 아이가 아주까리 씨를 먹게 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리신에 중독되게 되면 장기와 순환기의 장애가 발생하여 사망하게 되는데 리신은 입으로 먹거나 호흡기로 삼켜도 위험하지만 피부를 통해 주입되면 LD50이 0.03 ㎍/Kg으로 더욱 치명적입니다. 이러한 치사량의 차이는 리신이 단백질의 일종이기 주변 환경에 따라 활성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보툴리눔톡신(botulinum toxin)

 

보툴리눔 박테리아(왼쪽)와 그 독성을 이용한 보톡스(오른쪽)

 

현재까지 알려진 물질 중 가장 독성이 높은 물질이지만 보톡스로 더 널리 알려진 물질입니다. 약 0.1 ㎍의 양으로도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지만 그 독성을 이용하여 성형수술에 널리 사용되는 두 얼굴의 물질이기도 합니다. 보툴리눔톡신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눔 또는 관련 박테리아에 생성되는 신경 독성 단백질입니다. 보툴리눔 독소가 유발하는 식중독 증상은 신경과 근육 사이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분비 장애이며 이로 인해 온 몸의 근육 마비가 발생하며 호흡 근육 또한 마비되어 결국 사망하게 됩니다. 보툴리눔 균은 혐기성 세균이기 때문에 산소가 차단된 통조림 등에서 증식하여 종종 식중독으로 인한 사망 사고를 일으켰지만 100ºC 이상의 온도로 가열하면 문제가 없음이 알려져 최근에는 보툴리눔톡신의 중독 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꿀에 종종 보툴리눔톡신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영아가 꿀을 먹고 이 독소에 노출되게 되면 거의 99%가 사망하기 때문에 영아에게는 꿀을 먹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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